11명의 빈티지 패션 피플로부터 직접 듣는 빈티지 패션 이야기
비건 식당, 비건 디저트, 비건 화장품 등… 요즈음 비건(vegan) 혹은 비거니즘(veganism)이라는 단어를 접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지 않나요? 비건은 베지테리언(vegetarian, 채식주의자)와 달리 엄격한 채식주의를 지칭하기 위해 1940년대 영국에서 고안된 단어예요. 비거니즘은 고기, 생선, 달걀, 치즈, 가죽과 같은 동물성 제품을 먹거나 사용하는 행위를 지양하는 신념을 의미하고요. 따라서 꼭 식생활뿐만 아니라 의식주 전반에서 동물성 제품을 거부하는 실천적 생활 양식을 뜻해요. 이런 흐름에서 식생활을 넘어 의생활에서도 동물 보호가 비거니즘 의제로 떠올랐어요. 인간이 패션을 위해 초래하는 동물의 고통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에요. 모피나 이그조틱 가죽(악어가죽)을 얻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동물을 전기충격기나 몽둥이 구타로 기절시키고, 그대로 가죽을 벗겨내는 잔인한 방식을 사용해요. 산 채로 벗겨야 가죽이 부드럽기 때문이래요. 코트 이름으로도 유명한 밍크는 자연 수명이 10년 정도이지만, 오직 소재로 만들기 위해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죽임을 당하기도 해요. 밍크 퍼 1kg을 만들기 위해서는 열한 마리 이상의 밍크가 희생되고요. 동물성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위와 같은 동물 학대뿐만 아니라 산림 벌채, 생물 다양성 저해, 생태계 교란, 에너지 소비 등 무수한 환경 오염도 함께 일어나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생활에서도 비거니즘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생겼고, MZ 세대를 포함한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동물 복지와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면서 패션 업계의 잔혹한 동물 착취를 고발하고 이에 저항하고자 해요. 그렇게 비건과 패션을 결합한 단어인 비건 패션(Vegan Fashion)이 등장했어요. 이 단어는 동물의 털이나 가죽부터, 부리나 상아, 동물 산업의 부산물까지 사용하지 않고 만든 옷, 가방, 액세서리를 통칭해요. 21세기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된 이 용어는 2010년대에 들어서며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어요. 앞서 말한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소비에 관심이 높아진 사회 분위기와 공명한 것이지요. 저렴한 SPA 브랜드부터 유명 명품 브랜드까지 비건 패션 소비자를 의식한 제품을 많이 내놓고 있어요. 2017년, 구찌의 CEO 마르코 비자리는 “퍼는 더 이상 모던하지 않다”고 말하며 구찌의 모피 생산 중단을 선언했어요. 이를 시작으로 지미추, 톰포드, 버버리, 코치, 심지어 고급스러운 모피 제품으로 유명했던 베르사체까지 ‘퍼 프리(fur free)’ 브랜드를 자처했어요. 또한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런던 패션 위크는 2018년 9월부터 모피 제품을 금지했고, 2019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첫 번째 ‘비건 패션 위크’가 개최되었어요. 이렇게 비건 패션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답니다.
소비자에게 비건 패션은 어떤 의미일까요? 또 비건 패션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롱레이블에서 비건을 실천 중인 두 분에게 질문해 보았습니다. 김주언: 비건 패션 제품 파는 곳에서 비거니즘을 더 잘 이해하고, 비건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제대로 인지하면 좋겠어요. 단지 채식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환경 보호나 지속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소비 지양과 같은 실천도 비건 지향의 일부가 될 수 있거든요. 그런 관점이 브랜드 전반에 녹아 있어야 비건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어요. 펭귄마을이장: 어떤 존재를 착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비건 실천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주변 시중에 나온 신발 중에서 고려했을 때 비건 패션을 소비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합성 섬유 신발은 환경 오염 문제도 있고, 제 3세계 노동자 착취 문제도 모르니까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고민이 있어요. 그런 과정에서 결국 지난번에 비건 제품은 아닌, 우리나라에서 제작하는 운동화를 샀어요. 사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비건 소재를 사용하는 동시에 환경 오염도 최소화하고, 기업이 윤리적으로 노동자들을 대우하는, 즉 착취를 피하고자 하는 제품을 사고 싶어요. 여기서 비건 패션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단순히 동물성 소재를 기피하는 것을 넘어 넓은 의미에서 윤리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러한 바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비건 패션을 둘러싸고 있는 논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번 리포트에서는 패션 업계에서 ‘비건 패션’이라는 개념이 쓰이는 양상을 살펴보고, 앞으로 비건 패션이 나아가야 할 길과 진정한 비건 패션 소비를 위한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해요.
비건 패션은 단어의 정의로만 이해하면, 단순히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은 패션 제품이에요. 하지만 브랜드마다 비건 패션의 정의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데요, 그건 브랜드마다 중시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비건 패션 개념이 대두된 초기에는 단지 동물성 소재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특징만 있으면 비건 패션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으나, 요즈음에는 동물 학대에 반대하는 메시지에 더해 지속가능성까지 부각하는 추세예요.
초기에 등장한 비건 패션은 동물 착취와 학대의 대안에 집중하며 환경 보호나 지속가능성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어요. 대표적으로 동물보호단체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는 가죽이나 모피, 털을 얻기 위해 가해지는 동물 학대를 비판하는 단체로, 비건 패션을 단순히 동물성 소재가 포함되지 않는 옷으로 정의하고 있어요. PETA에서 제시하는 비건 패션 소재를 바라보면, 면화, 마, 리넨, 코르크와 같은 천연 소재뿐만 아니라 나일론, 폴리에스터와 같은 석유 기반의 합성 섬유를 발견할 수 있죠. PETA의 기준에 따르면 동물성 소재가 아닌 비건일 수 있기에 아크릴, 폴리우레탄, 폴리에스터 등 합성 섬유로 만든 페이크퍼, 인조가죽(레자)도 비건 패션이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했어요. 하지만 이런 소재는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소재이기도 하죠. PETA의 기준은 동물성 소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비건 패션에 대해 환경적인 부문을 고려하지 않아 좁은 의미로 정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이에겐 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지구, 모두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는 응답을 자주 발견할 수 있어요. 따라서 제품 소재의 동물성 포함 여부로만 비건 패션을 판단하는 것은 다소 단편적인 기준일 수도 있고, 그 기준으로만 비건 패션이라는 단어를 내세운다면 비거니즘에서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는 의문이 들기 마련일 거예요. 특히 의류의 경우 다양한 소재가 섞이고 복잡한 제조 단계를 거치기에 비건을 정의하는 기준이 불분명하기는 해요. 실제 국내 민간 기관인 한국비건인증원은 아직 식품과 화장품에 대해서만 비건 인증 심사를 하고 있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 ‘비건 패션’이라는 단어는 ‘그린워싱’ 사례로 사용되는 일들이 자주 있기도 했어요. 캐나다 친환경 컨설팅 회사 테라초이스(Terra Choice)는 그린워싱을 ‘환경과 관련된 기업의 실천, 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환경적 이점에 관하여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로 정의했어요. 단순히 거짓을 표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소비자가 오인할 만한 표현을 사용하는 행위를 모두 포괄한다는 것이 중요해요. ‘비건 레더’는 비건패션의 그린워싱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등장해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동물성 소재 사용 여부만을 기준으로 다양한 합성 소재들이 친환경적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에코 레더’, ‘비건레더’로 불리기도 했어요. 최근 무신사와 탑텐이 화학 섬유로 만든 인조 가죽을 동물성 소재가 쓰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에코 레더”라고 홍보하였지만 실제로 친환경적 이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거짓, 과장 광고하였다는 점 때문에 ‘그린 워싱’의 사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기도 했죠. 이와 같이 ‘동물성 소재’ 사용 여부만을 기준으로 삼고 비거니즘, 비건패션을 마케팅의 수단으로써만 사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일 거예요.
비거니즘을 바탕으로 하면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대안으로 제시되는 비동물성 소재의 환경적 영향이나 지속가능성 여부 역시 잘 따져보아야 해요. 잘 알려져 있듯, 동물성 가죽과 퍼를 대체하기 위해 합성 소재로 만드는 것은 제조, 사용, 폐기 과정 전반에서 많은 환경오염을 초래해요. 그렇다면 천연소재는 어떨까요? 비건 패션을 위해 사용되는 식물성 기반 소재의 경우 원재료를 재배하는 과정 중의 환경 영향을 고려해야 해요. 면화의 경우 재배 과정에서 다량의 살충제 사용과 물 사용 등으로 토양과 환경 오염을 크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죠. 원재료 재배를 위해 벌목을 하게 되는 상황 역시 숨겨진 환경영향이기도 해요. 이런 상황에서, ‘식물성 소재’는 딜레마를 발생시키죠. 이런 어려움 때문에 글 초반에 말했듯 비건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그린워싱과 환경 오염라는 의구심이 아른거리게 돼죠. 그렇다면 어떻게 비건 패션을 선택해야 할까요? 인간과 동물 모두 건강하고 환경에도 이롭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신경 쓸 것이 많네요.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전파하기 위해 비건 패션의 정의를 확장하고자 애쓰는 브랜드들도 많아요. 단순히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넘어, 동물 학대에 반대하기 위해 비건 패션을 선보이는 브랜드는 무엇이 있을까요? 브랜드를 만든 패션 디자이너의 이름이기도 한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럭셔리 패션 브랜드이죠.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본인이 채식주의자로서 비건 패션과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패션 업계를 위해 노력해 왔어요. 앞서 나온 동물권 단체 PETA와도 협력하며 동물권을 주장해 온 그녀는 “동물의 소비는 당신이 그것을 먹든 먹지 않든 지구에 엄청난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으며, 비건 패션과 크루얼티프리(Cruelty Free: 잔혹함이 없다는 뜻으로 동물 착취에서 벗어난다는 표현) 패션의 선구자로 평가돼요. 스텔라 매카트니는 동물을 죽이거나 학대하며 얻는 가죽, 모피, 깃털 등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동물의 털을 채취하는 울과 캐시미어는 몇몇 컬렉션에서 사용 중인데 울은 재생농업 방식으로 생산되고 추적가능한 울을 생산하는 NATIVA™ 울을 사용하며 양모 생산의 환경 영향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캐시미어의 경우도 염소 사육 과정 중의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2016년부터는 버진 캐시미어 사용을 금지하고 리사이클 캐시미어만을 사용하고 있어요. 2010년부터는 합성 섬유 PVC를 전 제품에서 사용 금지하였고, 버섯 균사체 가죽, 바이오 소재, 폐기물 재활용 소재 등 다양한 대체 소재 개발에 노력하고 있기도 해요. 친환경 제조 과정 도입과 재생 에너지 사용 등 제조 과정 중의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하는 스텔라 매카트니는 비건 철학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소재와 윤리적인 생산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평가할 수 있어요. 국내에서 비건 패션의 대표주자로는 ‘비건타이거(Vegan Tiger)’입니다. ‘비건타이거’는 2015년 시작된 브랜드로 ‘Cruelty Free’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작된 비건 패션 브랜드에요. 비건 타이거는 “모피뿐만 아니라 생명을 착취하여 생산된 소재를 사용하지 않으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소재를 선정해 디자인하며, 책임감 있는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고 해요. 수익금 일부는 동물과 환경을 위한 캠페인 비용으로도 쓰기도 하네요. 친환경적 소재 70%와 리사이클 소재 30%를 사용하면서 소재에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어요. 유기농 면, 대나무 레이온, 식물성 가죽(선인장 가죽, 와인 찌꺼기로 만든 와인 가죽), 텐셀과 같은 소재를 사용하고 있고, 합성 섬유를 사용할 때는 버진 폴리에스터가 아니라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나 식물성 오일 기반의 식물성 폴리에스터를 사용하고자 노력해요. 제작 과정 중의 물 소비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 잉크를 사용한 디지털 프린트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도 해요. 하지만 옷의 품질과 디자인성을 떨어뜨리는 경우는 환경을 위하는 목적으로만 대체 소재를 사용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퍼 제품의 경우 폴리에스터와 아크릴 베이스 소재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100% 지속가능한 소재만을 사용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브랜드가 지향하는 비거니즘을 바탕으로 비건타이거만의 독특한 아트웍을 제시하며 트렌디한 패션의 특징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제시하고 있는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어요.
패션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짐에 따라 비건 패션의 정의도 넓어지고 있어요. 단순히 ‘비동물성 소재만을 취급한다’는 개념에만 한정되지 않고, 환경 전반에 미치는 영향까지 생각하는 것이죠. 이러한 비건 패션은 지속 가능한 의생활을 실천하는 하나의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비건 패션의 소재로는 식물성 천연 소재부터 동물성 소재의 대안으로 개발된 대체 소재, 바이오 신소재까지 다양해요. 식물성 천연 소재로는 널리 알려진 유기농 면, 리넨부터 잎 섬유, 한지, 코르크 등이 주목받고 있어요. 종이, 파인애플, 사과, 나뭇잎, 산업용 대마, 포도 찌꺼기, 버섯균으로 비건 가죽을 제작하는 시도도 많아지고 있죠. 이러한 소재들은 동물성이 아닌 친환경 소재로, 제조부터 폐기까지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도록 개발되었어요. 비건 패션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지 않지만 ‘판가이아’는 비건이자 지속가능성을 위한 소재 개발에 적극적이에요. 그중 하나로 동물의 깃털이나 석유 기반 소재 폴리에스터를 사용하지 않으며, 동물성 충전재를 대체하는 ‘플라워다운(FLWRDWN)’ 소재를 개발했어요. 또 ‘알로에 리넨’ 섬유는 최소한의 관개를 사용하고, 살충제, 농약도 별로 사용하지 않는 자연 친화적 작물 아마로 만들어져요. 폐기물이 나오지 않고, 재활용도 용이하죠.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인 오픈플랜은 패션 산업이 생산하는 쓰레기 등 심각한 환경 오염을 직접 경험한 의류 디자이너 출신 대표가 지속가능성을 위한 브랜드로 시작했어요. “인간의 존엄과 동등하게 다른 동물의 존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오픈 플랜은 비건 소재를 원칙으로 하며 소재 생산부터 폐기까지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문제를 꼼꼼하게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주요 소재로는 리넨, 유기농 면, 텐셀 등을 활용하고, 모든 소재는 PETA Approved Vegan 인증을 받았어요. GOTS 소재 인증을 받은 유기농 면과 토지와 물 소비가 적은 유칼립투스 나무로 제조되는 텐셀, 너트 단추 등 비건 소재를 선택할 때도 천연 소재로 재배 과정에서 환경적 영향이 적은 것을 선택하고자 한 시도가 돋보여요. 단추, 라벨 등 의류에 사용되는 부자재들도 환경 영향을 적게 주는 천연소재를 선택하고, 브랜드 운영 전반에서 플라스틱 프리를 지향하고 있어요. 봉제실, 스판섬유, 케어라벨 등 옷에 최소한으로 쓰이는 플라스틱 함량이 있다면 1%라도 표시하고자 해요.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지면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와 소재 기업들이 대체 가죽을 중심으로 바이오 신소재 개발에 힘을 쏟고 있어요. 동물 가죽과 유사한 질감이지만 두께도 맞춤 설정 가능하여 뛰어난 내구성을 지닌 단계로 발전하고 있네요. 구찌의 ‘데메트라’, 발렌시아가의 ‘루나폼’, 에르메스의 ‘실바니아’ 등 명품 브랜드들도 비건 가죽을 활용하기 위해 바이오 신소재를 활발히 개발하고 있죠.
바이오 소재 개발 기업 중 식물성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비건 가죽 소재 기업 ‘VEGATEX’를 조금 더 살펴볼게요. VEGATEX는 음료 산업에서 버려지는 식물성 폐기물을 업사이클링 하여 지속가능성 있는 대체 가죽을 제작하는 소재 기업이에요. 현재 사과 가죽(Apple Skin), 레몬 가죽(Lemon Skin), 보리 가죽(Barley Skin) 라인을 생산 중인데, 이 모든 제품은 바이오 기반이며, 동물성 소재가 포함되지 않았고, 인간과 환경에 완전히 안전하다고 하네요. 이 기업은 기존의 동물성 소재로 만든 가죽의 환경 오염을 지적하는 것뿐만 아니라 합성 섬유의 인조 가죽의 환경 오염도 문제시해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미 존재하는 식물성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거죠. 음료 산업이 사라지지 않는 한, 원재료의 안정적 공급도 가능하고요. 이런 방식은 원료 생산을 위한 토지, 물, 화석 연료 등 추가적인 환경 자원이 필요하지 않고, 폐기물도 재활용하기에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온실가스와 탄소 발자국도 줄어들죠. 특히 보리 가죽인 BarleySkin은 2021년에 VEGATEX와 Budweiser APAC이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의 맥주 양조장의 부산물(보리)을 활용한 바이오 기반 가죽 대체재예요. 맥주 양조장에서 남은 곡물(맥주박)은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하여 업사이클링을 통해 무한한 재탄생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요. VEGATEX는 버드와이저에서 나온 맥주박의 40%를 식물성 단백질 제조에 활용하고, 나머지 60%는 BarleySkin 제작에 사용하고 있어요. VEGATEX의 소재는 MUJI, 현대, MTG 등 많은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하며 대체 가죽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왔어요. 위와 같이 동물뿐만 아니라 환경을 위해 더 좋은 선택을 하는 것으로 비건패션은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어요.
앞으로 비건 패션 업계는 동물 보호와 지속가능성 모두를 주요한 과제로 삼아야 할 거예요. 석유에 기반한 합성 섬유 소재의 옷을 비건 패션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할뿐더러, 비거니즘이라는 생명 존중의 넓은 의미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또한 합성 섬유로 제작한 비건 패션이 지속된다면, 비건 패션이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어요. 비건으로서, 소비자로서 동물 보호와 지속가능성 모두를 중시하는 비건 패션 소비를 위한 가이드를 간단히 준비해 보았어요.
➊ 제품 소재의 비건 여부와 인증 마크 확인하기 예) 동물권 단체 PETA가 발행하는 ‘PETA-Approved Vegan’ 인증 마크 : 제품의 케어라벨에서 울, 캐시미어, 실크, 가죽, 털(퍼) 등 동물성 성분 포함 여부를 꼼꼼히 살펴요. 제품의 비건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공식적인 비건 인증 마크예요! ➋ 단순히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환경적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님을 기억하기 : 석유 기반의 합성 섬유는 동물성 소재가 아니지만 환경 오염을 초래할 수 있고, 그 결과로 동물의 삶이 위협당할 수 있어요. 최대한 환경적 영향이 적은 비동물성 소재를 탐색해보아요. ➌ 유기농 면, 사과 가죽 등 대체 소재를 활용한 비건 패션 소비하기 : 비동물성 소재 중에서도 소재 생산부터 폐기까지 환경에 해를 덜 끼치도록 고려된 비건 패션을 찾아보세요. ➍그린워싱 주의하기 예) 비동물성 소재 제품을 ‘비건 패션’ 혹은 ‘에코 패션’으로 소개하는 기업, 일부 비건 제품만 출시하면서 전체 브랜드가 비건을 지향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기업 : 단지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품 혹은 브랜드의 전반적인 운영이 친환경적이거나, 동물 복지를 고려한다고 홍보하는 것은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예요. ❺ 브랜드 전체가 동물 보호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지 알아보기 : 브랜드에서 동물 보호나 지속가능성을 중시한 제품은 전체 제품 중 소수에 불과할 수도 있어요. 비건 패션의 확산을 지지하고 현명한 소비를 하려면, 브랜드 전체가 비건 패션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❻ 지속가능성 관점을 갖춘 브랜드를 소개하는 매체(책, 다큐멘터리, 언론 등) 참고하기 예) 롱레이블 브랜드 아카이브, 책 <지구를 살리는 옷장>(박진영·신하나, 창비) : 소비자 개인이 브랜드의 운영 방식을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어요.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 힘쓰는 브랜드를 아카이빙하는 롱레이블의 자료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롱레이블은 비건 패션을 둘러싼 논의에서, 패션 업계와 소비자 모두 동물과 환경 보호 둘 다 중요하게 다루면서 비건 패션의 의미가 확장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어요. 이를 위해 가이드에 제시한 것처럼 쇼핑할 때 소재를 더 꼼꼼하게 확인하고, 패션 브랜드와 기업의 운영 방식을 살펴보는 것은 소비자의 중요한 역할이에요. 이런 적극적인 행동이 널리 퍼질 때, 생명과 지구 모두에게 이로운 비건 패션의 대중화가 실현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editor. 토란
1. 비건 패션을 촉구하는 움직임
[1] 박진영·신하나, <지구를 살리는 옷장>, 창비, 2022.
[2] Marijn Bijleve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