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식당, 비건 디저트, 비건 화장품 등… 요즈음 비건(vegan) 혹은 비거니즘(veganism)이라는 단어를 접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지 않나요? 비건은 베지테리언(vegetarian, 채식주의자)와 달리 엄격한 채식주의를 지칭하기 위해 1940년대 영국에서 고안된 단어예요. 비거니즘은 고기, 생선, 달걀, 치즈, 가죽과 같은 동물성 제품을 먹거나 사용하는 행위를 지양하는 신념을 의미하고요. 따라서 꼭 식생활뿐만 아니라 의식주 전반에서 동물성 제품을 거부하는 실천적 생활 양식을 뜻해요. 이런 흐름에서 식생활을 넘어 의생활에서도 동물 보호가 비거니즘 의제로 떠올랐어요. 인간이 패션을 위해 초래하는 동물의 고통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에요. 모피나 이그조틱 가죽(악어가죽)을 얻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동물을 전기충격기나 몽둥이 구타로 기절시키고, 그대로 가죽을 벗겨내는 잔인한 방식을 사용해요. 산 채로 벗겨야 가죽이 부드럽기 때문이래요. 코트 이름으로도 유명한 밍크는 자연 수명이 10년 정도이지만, 오직 소재로 만들기 위해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죽임을 당하기도 해요. 밍크 퍼 1kg을 만들기 위해서는 열한 마리 이상의 밍크가 희생되고요. 동물성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위와 같은 동물 학대뿐만 아니라 산림 벌채, 생물 다양성 저해, 생태계 교란, 에너지 소비 등 무수한 환경 오염도 함께 일어나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생활에서도 비거니즘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생겼고, MZ 세대를 포함한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동물 복지와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면서 패션 업계의 잔혹한 동물 착취를 고발하고 이에 저항하고자 해요. 그렇게 비건과 패션을 결합한 단어인 비건 패션(Vegan Fashion)이 등장했어요. 이 단어는 동물의 털이나 가죽부터, 부리나 상아, 동물 산업의 부산물까지 사용하지 않고 만든 옷, 가방, 액세서리를 통칭해요. 21세기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된 이 용어는 2010년대에 들어서며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어요. 앞서 말한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소비에 관심이 높아진 사회 분위기와 공명한 것이지요. 저렴한 SPA 브랜드부터 유명 명품 브랜드까지 비건 패션 소비자를 의식한 제품을 많이 내놓고 있어요. 2017년, 구찌의 CEO 마르코 비자리는 “퍼는 더 이상 모던하지 않다”고 말하며 구찌의 모피 생산 중단을 선언했어요. 이를 시작으로 지미추, 톰포드, 버버리, 코치, 심지어 고급스러운 모피 제품으로 유명했던 베르사체까지 ‘퍼 프리(fur free)’ 브랜드를 자처했어요. 또한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런던 패션 위크는 2018년 9월부터 모피 제품을 금지했고, 2019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첫 번째 ‘비건 패션 위크’가 개최되었어요. 이렇게 비건 패션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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