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린 세르(Marine Serre)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마린 세르는 프랑스 중부 코레즈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 속에서 물건을 수집하고 소중히 다루던 습관은 훗날 버려진 빈티지 소재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심미안의 기초가 됐다. 8세부터 16세까지 이어진 테니스 선수 생활은 인체의 움직임에 최적화된 기능성 소재를 체감으로 배우는 시간이었고, 이는 훗날 브랜드 특유의 '세컨드 스킨(Second Skin)' 라인과 신축성 하이브리드 디자인의 근간이 됐다.
2016년 벨기에 라 캉브르(La Cambre) 디자인 스쿨을 수석 졸업하며 선보인 'Radical Call for Love' 컬렉션은 파리·브뤼셀 테러 직후의 시대적 긴장감 속에서 이슬람 문화권의 초승달 패턴을 스포츠웨어와 결합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초승달 로고는 순환·여성성·회복력을 상징하는 브랜드의 핵심 아이덴티티가 됐다.
마르지엘라·알렉산더 맥퀸·디올·발렌시아가에서 실무를 익힌 뒤, 2017년 LVMH 프라이즈를 수상하며 독립한 마린 세르는 의복을 "독성 가득한 패션의 바다 속 구명보트"라 정의했다. 그 구명보트를 만드는 방법이 바로 '에코푸처리즘'이다.
2. 마린 세르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이란?
① 50/50 규칙
매 시즌 컬렉션의 50%는 버려진 완제품이나 빈티지 소재를 재가공하는 'Regenerated(재생)' 제품으로, 나머지 50%는 GRS(Global Recycled Standard) 인증 재활용 섬유나 환경 영향이 낮은 혁신 소재로 구성한다. 2022년 가을 컬렉션에서는 재생 소재 70%와 인증 지속가능 소재 22%를 합쳐 전체의 92%가 지속가능 소재로 제작됐다. 모든 재생 제품에는 소재의 기원과 가공 장소를 명시한 추적 라벨이 부착된다.
② 역공학적 디자인
전통 패션은 디자인을 먼저 하고 소재를 찾지만, 마린 세르는 반대로 확보된 소재의 특성과 상태에 맞춰 디자인을 변형하는 '역공학적(Reverse Engineering)' 접근을 취한다. 파리 본사에는 70여 명의 전문 인력이 소재 선별·세척·분해·재설계 과정을 인하우스로 직접 관리한다.
③ To Love is to Repair
"사랑한다는 것은 수선하는 것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옷을 오래 입고 수선하는 문화를 장려하며, 고객이 직접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워크숍을 운영한다.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강력한 지속가능성 전략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3. 마린 세르가 만드는 지속가능한 제품은?
(1) UPCYCLED SILK SCARVES LONG FITTED DRESS
수집한 실크 스카프를 해체·재조합한 드레스로, 동일한 제품이 두 벌 존재하지 않으며 신규 섬유 생산에 필요한 물과 에너지를 전혀 소비하지 않는다.
(2) REGENERATED HOUSEHOLD LINEN STRAIGHT TROUSERS
수명이 다한 수건과 침구류를 원사 단위로 해체해 새로운 니트로 재탄생시킨 제품.
(3) RECYCLED MOON JERSEY STIRRUP LEGGINGS
GRS 인증을 받은 리사이클 폴리아미드로 만든 세컨드 스킨 계열 레깅스, 초승달 문양을 디지털 프린트로 적용.
(4) RECYCLED MOIRE BASEBALL CAP
GRS 인증 재생 폴리에스터(62%)를 사용한 모자로, 데드스톡 원단에 따라 시즌마다 다른 버전으로 생산된다.
(5) METAL FREE LEATHER MS RISE II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는 메탈 프리 무두질 기법으로 수질 오염과 유해 물질 배출을 최소화한 가죽 스니커즈.
마린 세르의 가장 큰 강점은 원재료 단계에서의 환경 부하를 구조적으로 낮춘다는 점이다. 빈티지 실크 스카프, 데님, 수건, 침구류 등 수명이 다한 제품을 원료로 사용해 신규 섬유 생산에 필요한 물과 에너지를 절약하며, LCA상 가장 큰 배출원인 소재 추출 단계를 사실상 제로 배출로 전환한다. 명품 브랜드나 공장에서 남겨진 데드스톡 원단을 수집해 매립 위기의 고품질 자원을 구제하며, 신규 소재가 필요할 때는 GRS 인증 재생 폴리에스터·나일론을 사용한다.
수집된 소재는 파리 본사에서 처리된 후 프랑스·이탈리아·포르투갈 등 유럽 내 숙련된 파트너 공장에서 생산되며, EU의 엄격한 환경·노동 규제가 자동으로 적용된다. 업사이클 제품은 소재마다 상태가 달라 기계화된 대량 생산이 어려운 만큼 고도의 장인 수작업이 요구되며, 이는 대량 생산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낭비와 불량률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재생 소재는 추가 염색·가공을 최소화해 섬유 제조의 고질적 문제인 수질 오염도 경감시킨다.
항공 운송 시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SAF)를 사용하는 DHL의 GoGreen Plus 서비스를 도입했다. SAF는 폐식용유 등 폐기물 기반 원료로 만들어져 기존 연료 대비 탄소 배출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는 상쇄(Offsetting) 방식보다 공급망 내부에서 직접 배출을 줄이는 인세팅(Insetting) 방식을 선호해 실질적인 기후 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포장 단계는 마린 세르가 브랜드 철학 대비 가장 보완이 필요한 영역이다. Good On You 등 외부 평가 기관은 포장재 사용량을 줄이거나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한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재생 소재와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어떤 포장재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지에 대한 투명성 강화가 다음 과제로 남아 있다.
마린 세르는 제품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에 집중한다. 제품 하나하나에 고유한 스토리를 부여하고 정교한 기술로 제작해 소비자가 소장 가치를 느끼게 함으로써 제품 수명을 자연스럽게 연장한다. 'To Love is to Repair' 슬로건 아래 수선 서비스를 장려하며, 타 브랜드의 폐기물을 자원으로 흡수하는 모델을 통해 패션 산업 전반의 폐기물 감소에 기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