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페이트(FEIT)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FEIT는 2005년, 호주 출신 형제 툴 프라이스와 조쉬 프라이스가 뉴욕에서 함께 설립한 신발 브랜드예요. 이들은 ‘네오 럭셔리(Neoluxury)’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며, 단순히 신발을 만드는 것을 넘어 삶 속에서 의미 있는 성장과 진화를 추구하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브랜드명 ‘FEIT’는 ‘fight(싸움)’의 동음이의어로, 각자가 삶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치르는 싸움을 상징합니다.
브랜드의 출발점은 창립자 툴 프라이스가 경험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어요. 그는 신발 업계에서 일하며 자동화된 대량생산과 합성 소재 사용의 확산으로 인해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고 환경 오염이 심화되는 현실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고품질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FEIT를 설립한 것이죠.
FEIT의 신발은 봉제선이 거의 없는 일체형 갑피가 특징이에요. 일반적인 가죽 신발이 주로 갑피에만 가죽을 사용하는 반면, FEIT는 신발끈과 밑창 옆면까지도 가죽으로 구성해 전통적인 방식에 현대적인 해석을 더했습니다.
2. 페이트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이란?
FEIT가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환경 친화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아요. 브랜드는 자연의 자원을 존중하면서도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느린 제작 과정을 통해 ‘오래 신을 수 있는 신발’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소비주의적 과잉생산에서 벗어나, 한 켤레의 신발에 시간과 정성을 들여 수명을 연장하는 것 자체가 FEIT가 정의하는 지속가능성이자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플라스틱, 석유,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천연 소재를 사용해 신발을 제작하고 있어요.
갑피(upper)에는 크롬 등 유해 성분이 포함된 화학적 무두질 대신,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베지터블 태닝 가죽을 사용해요. 이 방식은 전통적인 무두질 방법보다 에너지 소비가 적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더 낮다고 해요.
중창(midsole)은 천연 코르크로 채워 제작되며, 모든 신발에는 탈착 가능한 코르크 깔창도 함께 제공돼요. 코르크는 나무를 베지 않고 두꺼운 껍질만을 벗겨내어 얻을 수 있는 소재로, 약 20년이 된 코르크나무에서 수확이 가능하고 한 번 수확한 나무도 10년이 지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껍질을 벗겨낼 경우 숲과 생태계에 주는 부담이 최소화되고, 코르크 자체는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습기에도 강한 것이 특징이에요.
밑창은 100% 천연 라텍스 고무로 만든 자체 개발한 밑창을 사용하고 있어요. 라텍스 고무는 고무나무의 수액에서 얻어지는데, 약 20년간 수확이 가능하며, 이후 고무나무는 재활용되거나 어린 나무로 대체되어 숲이 지속적으로 순환할 수 있다고 해요.
또한 FEIT의 모든 신발에는 허리쇠(shank)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이는 신발의 척추와 같은 역할을 하며 뒤틀림을 방지하고 형태를 유지해주는 중요한 부품입니다. 대부분의 신발 브랜드가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허리쇠를 제작하는 반면, FEIT는 대나무를 사용해요. 대나무는 다시 심지 않아도 자라며 목재보다 수확량이 약 25배 많아 지구상에서 가장 재생 가능성이 높은 자원 중 하나로 꼽혀요. 특히 항균 성분인 ‘쿤(kun)’을 함유하고 있어 세균, 곰팡이, 냄새 발생을 억제해 맨발로도 쾌적하게 신을 수 있습니다.
FEIT가 보이지 않는 내부 부품까지도 천연 소재로 대체하는 것은 신발의 구조적 완성도와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입니다.
FEIT의 신발은 모두 ‘핸드 라스팅(hand lasted)’과 ‘핸드 스티치(hand sewn)’ 방식으로 제작돼요. 기계 사용을 최소화하고 장인이 직접 제작을 담당하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품질은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한 켤레의 신발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명의 장인이 책임지고 완성합니다. 가죽은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공급되며, 손바느질과 라스팅 작업은 주로 중국 남부에서 이루어져요. 제작 과정은 세심하게 관리되며, 각 제품의 상세페이지에는 사용된 소재와 제작 방식, 생산지까지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FEIT는 2005년,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96세 구두 장인 베르디치오 파드로네(Verdichio Padrone)와 협업해 브랜드 전용 라스트(last)를 개발했습니다. 라스트는 신발 제작의 기본이 되는 목형으로, 한 브랜드의 형태와 착화감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FEIT는 이 라스트에 맞춰 가죽을 손으로 하나하나 당겨 고정하고, 습도가 조절된 공간에서 7~10일간 형태를 안정화시킨 뒤 마무리 과정을 거칩니다.
제작 방식은 전통 굿이어 웰트(Goodyear Welt)를 응용한 변형 핸드메이드 기법으로 완성됩니다. 굿이어 웰트는 신발의 갑피(upper), 중창(insole), 아웃솔(outsole)을 고리 모양의 스티치로 단단히 연결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이 방식은 내구성을 높이고 형태의 안정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필요할 때 밑창을 교체해가며 오래 신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신발의 수명을 크게 연장시킵니다.
FEIT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객은 원하는 수리 유형을 직접 선택하거나 사진을 첨부해 문의할 수 있으며, 일부 수선 과정은 상세 페이지에 안내되어 있어 어떤 방식으로 수리가 진행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수선에는 약 6~8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해요.
또한 홈페이지에서는 신발을 오래도록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 및 케어 방법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차원을 넘어, 신발과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브랜드 철학을 반영한 부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