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쿤스트호이테(Kunst Heute)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쿤스트호이테(Kunst Heute)는 2014년 오재엽, 윤서현 작가가 함께 설립한 텍스타일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섬유공예를 기반으로 자연의 색과 소재를 활용해 오늘날에도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는 작품과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일상에서도 쉽게 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슬로건처럼, 다채로우면서도 실용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고 있어요.
브랜드명은 독일어에서 비롯되었어요. ‘쿤스트(Kunst)’는 예술, ‘호이테(Heute)’는 오늘을 뜻해 ‘오늘의 예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자연의 색을 작품으로 풀어내고, 그것이 실용적인 제품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두 작가는 영화 전공을 바탕으로 독립영화를 제작하며 연출과 미술을 협업했던 인연에서 시작됐습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쿤스트호이테’의 출발점이 되었지요. 특히 오재엽 작가는 니트와 천연염색 디자이너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섬유공예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인사동 프리마켓에서 염색 소품을 판매하면서 본격적으로 작업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브랜드의 첫 작업은 우연히 거리에 버려진 이케아 소파에서 시작됐어요. 얼룩진 부분을 제외하면 멀쩡했던 소파를 새롭게 염색해 세상에 하나뿐인 가구로 되살려냈고, 지금도 작업실 한편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쿤스트호이테는 제품 제작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도 이어가고 있어요. 가좌동 신진말공원에서 진행한 퍼블릭 아트 프로젝트 〈산호초의 자리〉는 패브릭 설치 작업을 통해 바다 생태계의 의미를 공원 속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영화 전공을 살려 제작한 아트필름 〈수련, The Water Lily〉에서는 직접 만든 한복과 패브릭 소품을 선보였고, 2021년에는 이슬기 작가와 협업해 그림자와 색을 담은 티셔츠 〈밤 그림자〉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에는 첫 전시이자 리스토어 프로젝트인 〈헌옷의 재발견〉을 열었습니다. 가치가 사라져가는 헌옷과 가방에 다시 숨을 불어넣을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이 전시는, 관람객이 헌옷을 기부하면 염색 기법을 선택해 새롭게 제작해 돌려주는 참여형 전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쿤스트호이테의 작업은 카페, 레스토랑, 호텔, 플래그십 스토어, 전시 공간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안성재 셰프의 레스토랑 ‘모수 서울’에서 다이닝 룸 중문과 코트룸의 옷장 문을 장식한 짙은 쪽빛 패브릭 작업을 진행했었다고 해요.
2. 쿤스트호이테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이란?
쿤스트호이테는 지난 10년간의 작업 속에서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 염색과 자연 소재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쿤스트호이테는 자연에서 얻은 친숙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천연염색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일정한 틀 안에서만 바라보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쿤스트호이테는 ‘천연염색 = 전통적 방식’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 다양한 염색 방식과 문화적 기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를 꾸준히 설명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것을 중요한 역할로 삼고 있습니다.
현재 스튜디오는 인천 서구의 복합 문화 공간 ‘코스모40’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과거 제조업의 중심지였으나 쇠퇴한 공단 건물을 재생해 만든 공간으로, 쿤스트호이테는 이곳에서 쇼룸과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로 면과 텐셀 같은 자연 소재 원단을 사용해 티셔츠, 머플러, 스카프 등 패션 아이템과 라이프스타일 소품을 제작하고 있어요. 타이다이 기법으로 만든 티셔츠는 Cotton USA 인증을 받은 면을 사용하며, 꼭두서니·금잔화·쪽·석류껍질에서 추출한 식물성 염료로 물들입니다. 금잔화는 직접 재배한 꽃잎을 활용하고, 나머지 염료는 GOTS 인증을 받은 원료를 사용하고 있어요.
자연 염료에 대한 탐구는 직접 재배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오재엽 작가의 어머니가 가꾸던 밭에서 금잔화를 키우며 염료를 수급했고, 올해부터는 강화도에 밭을 마련해 금잔화, 쪽, 홍화 등 염료 식물을 직접 가꾸고자 해요.
재단부터 염색, 수세, 후가공까지 모든 과정을 스튜디오 내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모든 염색은 전통적인 방식을 바탕으로 한 수작업으로, 각 작품에는 공예적 매력과 개성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재배한 꽃잎이나 뿌리, 잎을 활용하기도 하고, 식물에서 추출한 분말 염료를 사용하기도 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색을 완성합니다.
예를 들어 금잔화 염색 과정을 살펴보면, 직접 수확해 말린 금잔화 꽃을 달여 염액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요. 불순물을 제거한 원단에 염료를 잘 머금을 수 있도록 손으로 충분히 주무른 뒤, 매염 작업에 들어가요. 매염은 염료가 섬유에 잘 붙도록 도와주는 과정으로, 명반이나 철 같은 매염제를 푼 물에 천을 담갔다 헹군 후 건조시키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습니다. 추출 온도와 시간의 차이에 따라 빛깔의 농담이 달라지기 때문에 세심한 조율이 필요해요.
또한 원단의 일부를 묶어 무늬를 내는 홀치기 염색, 천을 접은 뒤 꺾쇠(클램프)를 사용해 특정 부분에 염료가 스며들지 않게 하는 클램핑 기법, 풀을 활용해 문양을 내거나 바느질로 실을 당겨 방염 효과를 만드는 방식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색과 무늬가 살아 있는 패브릭을 완성합니다.
쿤스트호이테는 단순히 천을 물들이는 것을 넘어 ‘Color In Our Life’라는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는 수많은 색이 존재하고, 같은 색이라도 사람마다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쿤스트호이테는 개개인에게 특별한 감동을 줄 수 있는 다채로운 색을 표현하기 위해 염료를 배합하고 패브릭에 색을 물들입니다.
계절과 지역에 따라 자라나는 식물이 다르기 때문에 얻어낼 수 있는 색도 달라집니다. 인천에서는 구할 수 없는 색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사계절을 마주하며 그 시기에만 볼 수 있는 풍경과 정취를 색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쿤스트호이테가 자연의 색을 담아내는 작업은 단순히 원단을 물들이는 과정이 아니라, 여름엔 바다, 겨울엔 곶감처럼 떠오르는 이미지와 계절의 감각을 어떻게 패브릭에 표현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입니다.
제품에 따라 더스트백, 보자기, 종이 포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포장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