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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25.04.30

11명의 빈티지 패션 피플로부터 직접 듣는 빈티지 패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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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빈티지 패션 피플의 이야기

저번 기획 스토리에서 빈티지 패션의 지속 가능성을 다루면서, 빈티지 패션을 시도하기를 추천해 드렸는데요. 사실 빈티지 패션을 접한 적이 없는 분이라면, 바로 실천에 옮기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평소에 빈티지 패션을 애용하는, ‘빈티지 패션 피플’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 보았어요! 전국 각지에 살고 있는 MZ 세대 11명의 빈티지 패션 피플을 인터뷰해 보았답니다. 인터뷰이는 제 지인 혹은 SNS 인터뷰이 모집에 응한 분들로 이루어졌고, 인터뷰는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개별적으로 온라인/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어요. 빈티지 패션의 장단점부터 그를 둘러싼 고민과 조언까지 풍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본격적으로 인터뷰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인터뷰이들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고자 해요. ❙ 인터뷰이 소개 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별명 혹은 실명을 사용하였고, 간단한 나이와 거주지, 직장 정보도 적어 두었습니다. 빈티지 애용 지수를 별 개수(5점 만점)로 표현해 보았어요.

먼저 인터뷰이들에게 평소에 빈티지 패션을 얼마나 착용하는지 물었습니다.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은 옷장이 거의 빈티지 패션 제품으로 채워져 있다고 답했어요. 매일 빈티지 패션 제품을 착용하는 사람부터 새 옷과 몇 가지 빈티지 패션 제품을 때에 따라 조합해서 입는 사람까지 다양했습니다. 이들은 빈티지 패션 셀렉샵(전문 매장), 서울의 동묘, 부산의 국제 시장처럼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거나, 빈티지 전문 온라인 쇼핑몰, 당근마켓, 인스타그램 등 여러 형태의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11명의 인터뷰이 모두 저번 글에서 다룬 의류 렌탈 업체를 사용한 경험은 없었어요. 하지만 친구들과 옷을 교환해 입거나 나눔 경험은 많았습니다. 계절별로 옷장 정리를 할 때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은 친구들에게 나누거나, 당근마켓, 중고나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판매하는 것이죠. 이렇게 빈티지 패션을 입는다는 것은 중고나 헌 옷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의미로 볼 수 있어요. 인터뷰이 중 종비는 ‘입질연’이라는 빈티지 패션계의 용어를 알려주기도 했어요. ‘입질연’은 ‘입고 질리면 연락주세요’라는 말을 줄인 용어인데요. 누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 본인도 마음에 들 때 하는 말이라고 해요. 친구와 쇼핑을 같이 할 때, 내 마음에 드는 옷을 친구가 사게 된다면, 그 친구에게 그렇게 말할 수도 있고, 인스타그램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은 사람의 게시물에 댓글로도 말할 수도 있어요. 종비는 이런 식으로 남이 넘겨준 옷을 입은 경험이 몇 번 있다고 말했습니다. 빈티지 패션 특성상 똑같은 옷을 구하기 어려워서 이런 문화가 생긴 것으로도 보이지만, 똑같은 옷을 또 사기보다는 옷을 돌려 입을 수 있는 문화는 자원 재사용 관점으로 보았을 때 유용해 보입니다. 이들은 어떻게 빈티지 패션을 접하게 되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여러 가지였어요. 친구의 추천으로 같이 빈티지 패션 매장에 가본 사람, 인스타그램 광고로 접한 사람, 길을 걷다가 빈티지 패션 매장을 우연히 구경하게 된 사람… 많은 인터뷰이들이 초반에 빈티지 패션을 접하고 매력을 찾아 꾸준히 빈티지 패션을 찾은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2. 빈티지 패션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렇다면 이들이 빈티지 패션을 계속 찾게 만든 빈티지 패션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인터뷰이들에게 빈티지 패션을 입는 이유를 물어보았어요. 특히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패스트 패션과 달리 빈티지 패션의 장점이 무엇인지 질문했습니다. 이전 글에서 정리했듯이, 인터뷰이들의 답변에서 빈티지 패션의 장점으로 개성 표현과 가성비, 지속 가능성을 세 가지 주요한 이유로 찾을 수 있었어요. 이 외에도 헌 옷 자체의 편안함이나 동물성 소재 소비의 대안을 말한 이도 있었어요. ➊ 나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어요! 많은 인터뷰이가 유행을 타는 비슷한 새 옷보다는 빈티지 패션에서 나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빈티지 패션의 장점을 꼽았어요. 흔하지 않고 독특한 패션을 시도해 보는 것이 즐겁다고 말해요. 또 이들에게 빈티지 패션이 ‘헌 옷’이라는 사실은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➋ 좋은 품질을 저렴하게 얻을 수 있어요! 품질이 좋은 옷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는 점도 빈티지 패션의 큰 매력으로 뽑혔어요. 합리적인 가격으로 10대 때부터 빈티지 패션을 애용한 인터뷰이들이 많았어요. 이들에게 싼 가격은 낮은 품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요즘 나오는 패스트 패션보다 질도 높다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하릴은 보세나 새 옷도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옷들이 빈티지 패션으로 나오는 경우, 원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입을 수 있다고 말했어요. 또 은선은 꽤 가격이 있는 특정 브랜드를 빈티지 제품으로 사면 기존보다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어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다고 해요. "가격이 싸다고 해서 질이 안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헌 옷이라는 이유로 싸게 파는 거니까 질 자체는 좋을 수 있는 거죠. 캐시미어 같은 옷도 더 싸게 살 수 있고. 유심히 보고 산다면, 질 좋은 옷들을 입을 수 있어요." 종비(부산) “빈티지 패션은 요즘 나오는 패스트 패션에 비해서 재단과 원단이 탄탄한 옷들을 저렴한 가격에 찾아낼 수 있어요. 패스트 패션은 하루하루 달라지는 유행에 맞추어 너무 많은 옷을 찍어내고, 오래 입힐 옷도 아니기에 낡고 헤져서 버려져요. 반대로 빈티지는 오래오래 입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난다(대전) “여러 플랫폼이나 동묘 같은 시장에 가면 빈티지는 새 옷보다 훨씬 저렴하고, 흥정도 할 수 있어요. (…)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비비안 웨스트우드인데,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싸게 살 수 있어요.” 은선(서울) ➌ 환경을 보호할 수 있어요! 인터뷰이들에게 빈티지 패션이 가진 환경적 이점, 즉 지속가능성을 알고 있냐고 물었어요.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은 빈티지 패션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현재 패션 산업의 환경 오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고요. 질문을 받기 전, 빈티지 패션의 장점으로 환경적 이점을 답한 인터뷰이도 많았고, 환경 보호에 큰 관심이 없는 인터뷰이도 빈티지 패션이 환경에 이롭다는 인식은 가지고 있었어요. 종비와 올리비아처럼 환경 보호를 위한 실천을 고민하다가 빈티지 패션을 접한 인터뷰이도 있었고, 펭장과 난다처럼 빈티지 패션 소비를 더 적극적으로 하기로 했다는 인터뷰이도 있었어요. 의류를 소비할 때, 대체로 빈티지 패션을 이용하지만, 점차 의류 시장 자체의 환경 오염 문제를 깨닫게 되면서, 의류 전반의 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이들도 인터뷰이 중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빈티지 패션과 지속 가능성은 깊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종비는 원래 한 달에 새 옷을 사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 거금을 쓸 정도로, 쇼핑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 환경 보호를 위해 과소비를 줄이고, 빈티지 패션을 애용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 과정에서 소비 패턴은 물론 삶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도 달라졌고요. 이렇게 지속 가능성 관점을 견지한 빈티지 패션 소비는 환경을 보호하려는 인식을 촉구하면서 일상을 재편하기도 해요. ➍ 그 외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빈티지 패션의 또 다른 장점들을 말한 인터뷰이들도 있어요. 키라, 여름, 영은 헌 옷 특유의 느낌이 편하다고 말해요. 새 옷의 뻣뻣한 재질과 냄새에 불편한 분들에게 청결하게 세탁한 빈티지 패션에서 편안함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이미 입어서 사용감이 있는 옷이 오히려 입기 편하게 느껴져요. 보드랍고 편한 느낌이 들어요.” 여름(대구) “새 옷은 부담스럽고, 옷 입을 때 편하지 않아요. 제가 마네킹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더 신경 쓰고 예민해져야 할 것 같은 느낌.” 영(서울/제주) 인터뷰이 중 비건 실천을 하는 나루, 은선은 동물성 소재의 새 제품을 소비하고 싶지 않을 때 빈티지 패션이 오히려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해요. 새로운 가죽 제품을 구매하기보다는 누군가 쓰던 것을 재사용함으로써 이미 제작된 동물성 소재의 옷의 장점을 취하면서 옷의 수명도 늘리는 것이죠.

3. 빈티지 패션 앞에서 망설이는 순간

빈티지 패션의 장점도 분명 있지만, 쇼핑하면서 항상 이렇게 긍정적인 경험만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 빈티지 패션을 더 현명하게 이용하기 위해서 인터뷰이들에게 부정적인 경험도 솔직히 답해달라고 부탁했어요. 품질, 서비스, 가격, 충동구매/과소비와 같이 빈티지 패션 앞에서 망설이게 되는 순간들 함께 들여다보아요. ➊ 빈티지 패션의 품질이 불만족스러웠던 적이 있나요? 빈티지 패션이 새 옷이 아닌만큼 품질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인터뷰이들은 빈티지 패션 쇼핑을 할 때는 새 옷을 살 때보다 훨씬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것을 강조하며, 청결, 냄새, 세탁이나 수선에 관한 불만족스러웠던 이야기들을 나누어주었어요.

나루는 빈티지 패션 매장에서 뿌린 나프탈렌 냄새가 심하게 나서 건강이 염려되었다고 하고, 키라는 동묘에서 산 빈티지 옷은 빨아도 잘 안 없어지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고 말해요. ➋ 빈티지 패션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서비스 면에서도 어려운 점이 있었어요. 나루는 사이즈, 촉감 등 여러 가지를 직접 고려해서 옷을 사야 하는데 “빈티지 옷을 사려면 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새 옷을 살 때도 있다고 해요. 빈티지가 아닌 새 옷을 사게 되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빈티지 패션 시장에서 교환/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있어요. 또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자세한 설명이나 착용 사진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해요. “쇼핑몰에 업데이트가 대량으로 되다 보니까, 한 제품마다 자세한 정보를 알기가 어렵긴 해요. 사이즈 정도는 있지만, 새 옷 파는 쇼핑몰처럼 상세한 설명은 빈티지 쇼핑몰에서 찾기 어려워요. 사진이 있기는 해도 실제로 받아 보면 다른 경우가 많았어요. 모델 착용 사진도 많이 없어서 불편해요. 또 상품이 하나밖에 없으니까, 교환이 어려워요. 법적으로는 소비자로서 환불이 가능할 텐데, 환불도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올리비아(경기도) “옷을 살 때는 몰랐는데 입고 보니까 얼룩이 있어서 결국 버린 적이 있어요. 빈티지 특성상 교환/환불이 안 되니까, 쇼핑할 때 긴장되는 것 같아요. 고를 때 공부할 때처럼 샅샅이 봐야 하는 게.” 여름(대구) 하지만 올리비아는 구매 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고, 교환과 환불이 되지 않아서 불편한 점은 명백히 있지만, 원래 빈티지가 세월의 흔적이나 사용감이 있는 것들을 전제로 두고 파는 것이니까 감안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해요. 그런 이유로 제품이 저렴하기도 하니까요. “개인 간에 온라인 거래할 때 사람들이 속이는 경우도 있었어요. 약속을 안 지키거나 돈만 받고 물건을 안 보내주거나.” 은선(서울) 온라인 플랫폼으로 거래를 자주 한 은선의 경우, 온라인 거래 사기 경험도 있었어요. 사기 외에도 브랜드 정품 여부가 중요한 제품을 구매할 때, 거래 과정에 브랜드가 직접 개입하지 않으므로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어요. 키라의 경우, 직접 판매자와 연락하여, 약속을 정하고 대면 거래를 해야 하는 당근마켓의 방식이 부담스러워 사용하지 않게 된다고 해요. 사기 거래 적발이나 거래의 편의성과 관련한 문제에서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해 보여요. ➌ 가격 때문에 빈티지 패션을 사지 않은 적도 있나요? 앞서 빈티지 패션의 장점으로 가성비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빈티지 패션이라는 이유로 가격이 더 비싸진다고 생각하는 인터뷰이들도 있었어요. 특히 빈티지 셀렉숍에서는 한 번 판매자가 제품을 골랐다는(select) 이유로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진다고 지적해요. 실제로 MZ 세대에 빈티지 패션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가격이 높아지는 경향도 보이고 있어요. 이는 유행 이전부터 일상적으로 빈티지 패션을 입던 이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요. 빈티지 패션이 윤리적 대안으로서 부상했지만, 자본주의에 의해 사치의 영역으로 편입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인터뷰이들 중 저렴한 가격을 이유로 빈티지 패션을 선택한 이들은 새 옷보다 빈티지 패션이 싸지 않을 경우 새 옷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답했어요. 그러나 가격에 대해서 다른 의견도 존재했어요. 희귀성, 품질 보장 측면에서 가격이 높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➍ 빈티지 패션이라는 이유로 충동구매나 과소비를 한 적이 있나요? 빈티지 패션 쇼핑은 때때로 충동구매나 과소비로 이어지기도 해요. 많은 인터뷰이들이 이런 경험을 공유해주었는데, 이는 당근마켓이나 동묘 시장 같은 곳에서 한 벌당 몇천 원밖에 안 하는 빈티지 패션의 값싼 가격 때문이기도 하고, 매장 직원의 강요 같은 판매 방식 때문이기도 했어요. 이렇게 사놓고 아예 안 입은 옷이 있다는 경험을 인터뷰이 절반 이상에게 찾을 수 있었어요. “세 장을 한 번에 사면 만 원에 세일해서 팔 때 덤으로 더 산 적이 있어요. 그렇게 별로 입지 않거나, 한 번도 안 입은 옷이 늘어나기도 했어요.” 영(제주/서울) “동묘에서 싸게 많이 파니까 사놓고 한 번도 안 입은 적도 있어요. 직원이 너무 추천하니까 거절 못 해서 산 적도 있고요. 동묘에서 산 옷은 너무 싸게 파니까, 안 맞으면 버리지, 이런 생각은 해본 적 있었던 것 같아요.” 키라(서울) “빈티지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끔 90% 세일하면 옷 한 벌에 천 원 하거든요. 그러면 구매 많이 한 것 같고. 매장 갔을 때도 주인이 너무 적극적이면 미안해서 옷을 살 수밖에 없던 적이 있어요. 그리고 영원히 입지 않는…” 나루(대구) 예은은 당근마켓이 등장하고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습관적으로 당근마켓을 들여다보게 됐다고 해요. 당근마켓에서 산 옷 중에는 잘 입는 옷도 많지만, 한꺼번에 싸게 여러 벌 사고 안 입은 옷도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중고 플랫폼의 사용이 더 편해질수록 상품의 소비주기가 짧아지거나 충동구매가 일어날 수 있어요. 당근마켓에는 한 번밖에 안 입은 옷들도 자주 올라오는데, 아무리 중고 옷을 판매하고 소비한다고 하더라도, 한 번 입고 넘긴다는 식이라면 빈티지 패션이 지속가능성 면에서 의미가 줄어들 것이에요. 많은 빈티지 패션 매장에서 홍보와 판매를 위해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옷을 빠르게 보여주고 채팅으로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는 충동구매를 유발하기도 해요. 한 벌밖에 없다는 식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빈티지 패션 또한 많이 사고, 많이 버려진다면 환경적 장점이 부각되지 않을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빈티지 매장이 하는 라이브 방송에서 선택을 빨리 해야 하서, 깊이 생각 못 하고 산 적은 있어요.” 하릴(부산) “빈티지 쇼핑을 초반에 할 때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할인을 많이 때려줘서 엄청나게 샀어요. 빈티지 세계에도 유행이 있어요. 어떤 컨셉이나 올해의 색상에 맞춰서 옷이 들어오는데, 그러면서 기존에 있던 옷들은 세일로 다 날리거든요. 그러면 많이 사게 돼요.” 종비(부산) 주목해야 할 점은, 많은 인터뷰이들은 ‘버려지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환경적 이유를 들어 빈티지 패션의 충동구매/과소비를 정당화하는 경험이나 인식을 답했다는 것이에요. “빈티지니까 이미 존재하는 옷이고 버려지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새 옷을 살 때보다는 고민을 덜 하고 사는 것 같아요. 더 저렴하기도 하고.” 여름(대구) 빈티지 패션이니까 죄책감을 조금은 덜어놓고 소비를 즐겨도 된다는 유혹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빈티지 패션을 ‘더’ 지속 가능하게 소비할 수 있을까요?

4. 빈티지를 즐기는 ‘더’ 지속 가능한 방법

빈티지 패션은 분명히 지속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빈티지 패션에도 충동구매/과소비 문제뿐만 아니라 폐기 문제, 운송 비용 등 환경적 비용이 존재할 수 있어요. 패스트 패션보다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모든 의류 소비를 빈티지 패션으로 대체할 수 없을뿐더러, 많은 경우 낮은 품질의 빈티지 패션은 곧장 폐의류로 전락할 수 있어요. 빈티지 패션의 지속 가능성만으로 패션 산업 전반의 환경 오염을 상쇄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해 보여요.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11명의 인터뷰이 모두는 빈티지 패션이 가진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앞으로도 빈티지 패션을 애용할 것이라고 답했어요. 나아가, 빈티지 패션 소비를 넘어 환경 보호를 위해 기존 패션 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할 것을 요구한 인터뷰이들이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이들이 가진 기존 패션 산업을 향한 문제의식과 빈티지 패션을 더 오래 입기 위한 방법을 알아봄으로써 빈티지 패션을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아요! ➊ 빈티지 패션만으로는 부족하다 인터뷰이들은 경험을 통해 빈티지 패션이라도 충분히 혹은 오히려 많이 사고 많이 버릴 수 있다고 말해요.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의 저자 이소연은 옷이 재활용, 재사용된다고 하더라도 폐기되는 양이 훨씬 많음을 지적한 바 있어요. 빈티지 패션은 옷의 생애를 조금 늘릴 수 있겠으나, 패스트 패션의 근본적 대안이 되기 어려울 수는 있죠. 실제로 뉴스펭귄에 따르면 헌 옷 중 80%는 수출되고, 15%는 쓰레기로 분류되며, 5%만이 빈티지 의료로 유통된다고 해요. 저번 글에서 다루었듯이, 수출된 옷은 높은 확률로 저개발도상국의 땅에 매립되거나 옷 무덤에 편입되어요. 인터뷰이 대다수는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해요. “빈티지 패션도 고르고 버리는 과정에서 또 쓰레기를 만드는 것 같아서, 예전보다 빈티지 쇼핑이 엄청 즐겁지는 않은 것 같아요.” 나루(대구) 빈티지 패션 매장 직원으로도 일한 경험이 있는 종비는 빈티지 패션에도 유행이 있다고 말해요. 유행과 시즌에 따라 빈티지 패션 사업에서도 여전히 어마어마한 양의 폐의류가 생산되고 있는 것이죠. 계속해서 헌 옷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빈티지 패션도 패스트 패션과 비슷해질지도 몰라요. “빈티지 패션의 환경적 이점에 회의적일 때도 있어요. 빈티지를 입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옷을 덜 소비하나? 덜 버리나? 모르겠어요. 돈 없는 사람들의 도파민 수단 같기도 하고. 싸니까 쉽게 사고 쉽게 버리고요. 시즌이나 유행이 바뀌는데, 재고가 안 나가면 매장에서도 진짜 많이 버려요. 손님들이 쓰레기를 판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꼭꼭 숨겨 놨다가 몰래 버려요. 헌 옷 수거함에 버리거나 수거 업체가 가져가요.” 종비(부산) 나루는 패스트 패션과 비슷한 경로로 수출입 과정을 거치는 빈티지 패션에서 운송 과정에서의 환경적 비용을 지적하기도 해요. “빈티지도 한국에서 돌고 도는 게 아니라 수입해서 올 때가 많은데, 그 과정이 환경에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들기는 하는데, 새 옷 입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루(대구) 실제로 중고 의류를 수급해 재판매하는 공급망을 들여다보면, 새 옷의 공급망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버려지거나 기부된 옷들이 파키스탄, 인도와 같은 나라에 보내지면,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중개 회사들이 일부를 거두는 방식이에요. 이 같은 긴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무시할 수 없을 수치일 거예요. 이런 관점에서는 지역에서 거래되는 빈티지 패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해결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동시에 이런 상황이 빈티지 패션만의 문제라고 보기보다는 다른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빈티지 패션이 수출입 되는 데서 나오는 운송 비용이 특별히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보면 수출입 되는 모든 물건들이 문제 아닐까요? 하지만 옷들이 쓰레기가 아니라 재사용이나 재활용을 통해서 새로운 자원으로 다른 나라에 가면 좋겠어요. 쓰레기를 처리한다는 느낌으로 다른 나라에 문제를 떠넘기면 안 되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릴(부산) 하릴을 포함한 몇몇 인터뷰이들은 빈티지 패션의 환경적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빈티지 패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대량생산과 폐기를 반복하는 패스트 패션 산업이 문제라고 강조했어요.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빈티지 패션을 소비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고, 패스트 패션을 가능하게 만든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서, 인스타그램 같은 SNS 문화가 새 옷을 사는 것을 조장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어요. 빈티지 패션을 향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와 기업의 제도적 변화를 촉구하는 의견도 중요해 보여요.

➋ 지속 가능한 빈티지 패션 피플을 위한 팁 앞서 다룬 문제의식을 놓지 않고, 몇 가지를 염두에 둔다면, 분명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면서 빈티지 패션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인터뷰이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빈티지 패션 활용 팁을 모아보았어요. 이 팁들이 여러분이 지속 가능한 빈티지 패션 피플이 되도록 도울 수 있기를요! ➀ 먼저 빈티지 패션에 대한 장벽 낮추기 빈티지 패션을 둘러싼 거부감을 줄여 보아요. 인터뷰이들은 빈티지 패션이 낡고 더러운 헌 옷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부담 없이 도전해 보며 재미를 느껴보면 좋겠다고 강조해요. 가격대가 있을 수 있는 전문 셀렉샵보다 아름다운 가게나 당근마켓처럼 친근한 중고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을 먼저 활용해 보는 건 어떤가요? 새로운 세상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처음에는 죽은 사람이 입던 옷일 수도 있어서 중고 옷이 불미스럽다는 미신 때문에 안 입었는데 이제 잘 입고 있어요. 저처럼 미신 때문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도 한번 시도해 보면 좋겠어요. 빈티지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면 좋겠어요.” 올리비아(경기도) “누가 입었던 옷이라 찝찝하다거나 위생이 걱정된다거나 할 수 있지만 빨면 다 사라질 문제예요! 남들과는 다른 본인만의 패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니 모두 빈티지 쇼핑의 매력에 빠지시기를!” 난다(대전) “비싼 빈티지 매장보다는 어르신들 가는 가게, 소위 ‘구제 시장’에 더 싸고, 질 좋고 예쁜 게 많아요. 오천 원 이 정도 하면 실패해도 괜찮잖아요. 비싸고 세련된 데 가서 괜히 배신당하지 말고.” 여름(대구) “빈티지 편집샵보다는 시장같이 진짜 싼 곳들을 자주 가보는 것을 추천해요. 판매자들도 대량으로 싸게 들여오는데, 그 많은 것 중에 보물들이 있고 그걸 찾아내는 재미가 있어요.” 펭장(광주) ➁ 충동구매 방지를 위한 쇼핑 기준을 만들기 빈티지 패션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충동구매를 하기보다는 애초에 오래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을 구매해요! 쇼핑에 가기 전에 옷장 정리를 한 번 해보고 내게 필요한 옷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해요. 쇼핑 기준이나 목록을 만들면 더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겠죠? “옷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먼저 하기. 옷장을 보고 정말 필요한 옷을 생각하고 가는 게 빈티지 살 때도 도움이 더 되는 것 같아요. 바지를 사자, 이런 목표가 있어야 옷 가게 가는 재미도 있고 기준도 생겨요. 비싼 빈티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꼭 필요한 걸 사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나루(대구) “빈티지를 사면서, 내가 뭘 입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고, 고민을 하는 것 자체로 삶에서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물건을 사기 전에 본인이 안 쓰는 물건 한 번 정리하고 사는 걸 추천해요.” 은선(서울) “오래오래 입을 옷을 사면 좋겠어요. 살면서 엄청나게 많은 옷이 필요하지 않더라고요.” 하릴(부산) 많은 인터뷰이들이 빈티지 패션이라도 꼭 필요한 옷을 구매해, 오래 입으면 좋겠다고 답했어요. 특히 환경 보호를 오래 고민해온 인터뷰이들은 옷을 소비하는 행위 자체에 더 깊은 고민을 해보라는 조언을 주기도 했어요. 쉽게 옷을 소비하는 행위가 환경을 오염시킬 만큼 가치 있는 일인지 재고해 보라는 것이죠. ➂ 구매 시 꼼꼼히 확인하고 구매하기 빈티지 패션 제품을 구매한 뒤 후회하지 않으려면 구매 과정에서 더 꼼꼼하고, 신중해질 필요가 있기도 해요. 품질에 따라 흥정할 여지도 있어요. “옷 겨드랑이 부분 뜯어져 있을 때가 많아서 잘 확인하고 사기를 추천해요. 옷이 좀 찢어지면 흥정 잘해서 깎아 사고, 수선하는 것도 추천해요.” 은선(서울) “옷을 구매할 때 구멍이 난 곳은 없는지, 본인 옷장에 함께 코디할 옷이 있는지, 부자재 중 도망간 것이 없는지 꼼꼼하게 잘 살피고 현명하게 소비하시기를.” 난다(대전) ➃ 수선이나 리폼하기 품질이 떨어진 빈티지 옷을 저렴하게 구매한 뒤, 직접 수선하거나 수를 놓는 등 자신의 개성을 담는 방식으로 리폼하기도 해요. 직접 수선이 어렵다면 수선 집에 맡기면 되겠죠. “구멍 난 곳은 직접 수선해 입으면 돼요. 옷도 리폼이 가능하니까 헌 옷들로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 수도 있어요.” 영(제주/서울)

의 해석

지금까지 11명의 빈티지 패션 피플 인터뷰를 통해서 빈티지 패션을 ‘더’ 지속 가능하게 즐기는 방법을 알아보았어요. 빈티지 패션의 장단점은 물론 빈티지 패션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려면,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과 패션 산업 전반의 변화가 요구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죠. 많은 인터뷰이들이 강조한 것처럼,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것을 우선으로 구매하고, 오래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등 패션을 둘러싼 태도와 사용 방식이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도 지속가능성을 위해 빈티지를 하나의 대안으로써 일상에 녹여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해 봅니다! editor. 토란

관련자료

[1] 이소연,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돌고래, 2023. [2] 박지수, “중고 의류는 정말 환경에 도움이 될까?”, 온큐레이션, 2024. 2.21., https://oncuration.com/%EC%A4%91%EA%B3%A0%EC%A7%80%EC%86%8D%EA%B0%80%EB%8A%A5%EC%84%B1/ [3] 뉴스펭귄, “'우리가 버린 옷'은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돼 소 먹이가 됐다, 2021.7.2.,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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